고요 속의 울림 (靜中動)
‘2025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의 주제를 ‘靜中動’으로 설정한 것은 서예의 본령에 대한 자각과 재해석을 통하여 미래 서예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해 보자는 의미에서다. ‘靜中動’은 “靜中動 動中靜 -고요함 속에 움직임이 있고, 움직임 속에 고요함이 있다”는 말을 요약한 것이다. 靜은 본체적이고 내적인 것으로 앎, 본성, 본질, 침착성, 원류 등의 의미로 풀이한다면, 動은 지엽적이고 외적인 것으로
행동, 감정, 변화, 통쾌함, 확장성 등의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따라서 ‘정중동’은 음 속에 양이 있고, 양 가운데 음이 있음과 같이 사려 깊은 행동으로 풀이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앎과 행동의 합일, 본성과 감정의 조화, 본질을 잃지 않는 변화, 침착한 가운데 통쾌함, 전통에 입각한 확장 등과 같이 변증적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로 재해석해 볼 수가 있는바, 여기서는, ‘잘 갖추어진 서예 정신을 토대로 펼치는 자유로운 창작’을 역설하고자 ‘고요 속의 울림’으로 풀이하였다. 서예는 본시 우주 자연의 법도를 근본으로 필묵의 운용법칙을 깨치고 문자의 예술적 표현을 모색하는 것으로, 창작과 감상 모두 자연법칙에 대한 자각과 수련의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뉘게 마련이다. 아울러 창작에 앞서 사사로운 욕망이나 감정을 없애고, 집중된 마음으로 침착하면서도 명랑한 심태, 고매한 인격 등의 요구가 더해짐으로써 ‘정신예술’, ‘수양예술’이라는 서예 고유의 특성을 갖기도 한다.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일상, 손바닥에서 볼 수 있는 세계문화의 다양한 흐름 속에서 거품처럼 일어났다 사라지는 유행에 주목하여
‘무작정 따라 하기’ 또는 ‘근거 없는 변화’에 힘쓰다 보면 손과 발이 바쁘기만 하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마침내는 정작 지켜야 할 ‘자기’를 잃어버리기가 쉽다. 한편,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요한 마음’을 수호할 수 있다면 서예가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자기의 삶과 예술에서 正道를 잃지 않게 될 것이며,
그것은 무한한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힘과 깊이를 아우르고 있으므로 천변만화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번 전시를 통하여 서예의 정체성과 사회적 효용성 등에 대한 근원적이고 종합적인 검토와 함께 밝은 미래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서예에 대하여
세계인과 더불어 재삼 음미해 보기를 기대한다.